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마흔 살 무렵에 느닷없이 발을 디딘 펜션 업계에서 지낸 지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네요. 펜션 인테리어부터 얼치기 현장 소장을 거쳐 창업 대행이라는 컨설팅 업무까지 펜션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경험해 왔습니다. 그런데, 쳇지피티(Chatgpt)가 등장하면서 저와 비슷한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겐 크나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게 사실이죠. 단편적인 정보는 쳇지피티에 검색만 하면,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다 보니 컨설팅 관련 종사자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중이죠.

펜션 사업과 관련된 정보들도 마찬가지죠. 예전 같으면 일반인은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농어촌민박과 생활숙박업의 차이쯤은 쳇지피티 같은 인공지능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알아낼 수 있을 정도죠. 제가 3번째 책의 출간을 무기한 연기한 이유도 이런 점 때문입니다. 세줄 요약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만큼 텍스트를 꺼리는 세상이 되면서 종이로 된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죠. 그뿐만 아니라 '펜션'이라는 분야 자체가 대중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점도 새로운 책의 출간을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합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 '펜션비즈니스포럼'은 아직도 구독자 1,500명을 넘기지 못했죠.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고, 글 쓰던 버릇 때문에 문어체를 구어체로 쉽게 바꾸지 못한 탓이라고 위안 삼고 있지만, 구독자에 대한 아쉬움만큼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펜션창업'이나 '펜션사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유튜브 상위에 늘 떠있는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드문드문 달리는 댓글은 더더욱 가관이죠. 펜션 창업이나 운영에 관한 정보나 나름 쓸만한 팁(Tip)을 올려도 "요즘 장사가 되는 펜션이 어디 있나요? 펜션 시작하면 죽어요~" 같은 한 서린 댓글만 달립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펜션은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일까요? 십중팔구 '숙박업'이라고 답하실 겁니다. 펜션의 원형이 농어촌민박이고, 기타 나머지 형태들도 숙박업의 외피를 둘렀다는 점만큼은 사실이죠. 하지만,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펜션은 한동안 색다른 분위기의 '숙박'시설로 큰 인기를 끌었죠. 제 기억으로 2008년 전후로 인기 절정이었습니다. 그 무렵 대학생 새내기들 커플들은 펜션에서의 1박 2일을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겼고, 인기 많은 커플 펜션들은 방이 모자라 비명을 지를 정도였죠.
이때만 해도 큰돈 들이지 않아도 손쉽게 펜션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시골 땅값이라고 해야 평당 2~30만 원 정도였고, 평당 3~400만 원이면 나름 고급스러운 펜션을 지을 수 있었죠. 더더욱 재미있는 건 그 당시 펜션 주인들 역시, 장사가 안 돼서 죽겠다거나 펜션이 너무 많아져서 이제는 끝물이라는 푸념을 입에 달고 살았죠. 실제로 제가 펜션 시장을 조사하기 시작했던 2011년 무렵만 해도 전국에는 대략 2만여 개에 달하는 펜션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2025년 현재는 어떨까요?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 숫자와 엇비슷할 정도로 많아졌죠. 하지만, 월 수입 면에서는 국내 자영업 평균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2024년을 기준으로 국내에는 800만 명 이상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커피 전문점이나 편의점, 치킨집 숫자를 보면 설득력 있는 통계죠. 그런데, 아마 여러분은 800만 자영업자 중에 절반 가까이가 한 달에 200만 원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은 모르실 겁니다. 그렇다면, 이미 포화상태라는 펜션은 과연 얼마나 벌 까요?

기회가 되면 자세히 다루겠지만, 펜션의 객실 요금은 평당 1만 원 선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15,00여 개의 펜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객실 요금을 객실 면적으로 나눠서 확인한 결과라 신빙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합니다. 어쨌든 70평 크기의 농어촌민박을 대상으로 예상 매출을 뽑아보면, 2년에 대략 2억 8천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죠. 모든 객실을 하루도 빠짐없이 팔았을 때라는 가정 하에 뽑아 본 계산이고, 실제로 70평 전체를 객실로 만들 순 없지만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는 점을 이해하고 봐주시면 좋겠네요.

어쨌든 이론상 연간 객실 판매율 100% 일 땐 한 달에 대략 2천3백만 원 정도를 벌고, 일 년 내내 10%만 방을 팔아도 월 200만 원 이상의 매출이 오른다는 계산이 나오죠. 800만 명의 자영업자 중에 50%가 한 달에 200만 원도 벌지 못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절대 나쁘지 않은 매출이죠. 심지어 다달이 월세를 내야 하는 보통의 자영업자들과 비교하면, 사정은 훨씬 낫죠. 이런데도 다들 죽네, 사네 푸념을 늘어놓는 이유는 뭘까요?
어떤 종류의 산업도 흥망성쇠를 겪기 마련이죠. 펜션도 마찬가집니다. 초창기 펜션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숙박 업소를 큰 인기를 누렸죠. 하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바람에 이제는 한풀 꺾인 기세가 역력합니다. 그렇다고, 펜션을 찾는 수요마저도 줄어들었다고 보긴 힘들죠. 아직도 인기 많은 풀빌라나 감성 숙소는 예약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로 그득합니다. 다만, 수요와 공급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펜션을 이용하려는 손님들보다 펜션의 숫자가 너무 많이 늘어났다는 게 문제라는 얘기죠.

2008년 무렵에도 이런 의견이 많았었습니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펜션(민박이나 료칸 등) 숫자가 15,000개나 된다며 우리나라 펜션 숫자가 비정상적으로 늘었다고 아우성을 쳤었죠. 이 부분도 꽤 설득력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시작한 펜션 시장 조사 결과를 보면 사뭇 다른 사실을 발견할 수 있죠.
코로나 기간 동안 잠시 반짝했지만, 전국의 250여 개 시군구별로 펜션의 예약률을 조사해 보면, 지역을 막론하고 비수기 주중에도 자기 객실의 절반 이상을 파는 수익형 펜션 비율은 5% 남짓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죠. 물론, 경주나 여수처럼 관광객이 많은 지역보다도 전라남도 무안이나 경상북도 청도에 있는 펜션들의 수익형 비율이 약간 더 높다는 점을 보면 수요와 공급을 무시하긴 힘들죠. 하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수익형 펜션과 자립형 펜션, 비자립형 펜션은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이걸 다른 쪽으로 해석하면, 4만여 개라는 펜션의 숫자와 소비자들이 바라는 펜션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펜션과 소비자들이 바라는 펜션의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긴 텍스트를 좀처럼 읽지 않는 요즘 같은 시대에 여기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께 질문 한 가지를 드려보죠. 여러분은 조용필 세대이신가요? 아니면, 젊은 시절 서태지의 열렬한 팬이셨나요? 뚱딴지같은 질문이지만, 지금 현재 펜션 시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물론이고 앞으로 펜션 사업에 뛰어들 분들께 중요한 의미라서 드린 질문입니다.

민박에서 출발한 펜션은 고급스러운 숙박 시설 쪽으로 방향을 잡아 성장해 온 게 사실이죠.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만들어 온 풀빌라 펜션이나 최근에 인기 많은 감성 숙소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펜션을 주로 이용하는 2~30대, 아니 조금 더 범위를 넓혀 40대 초중반 세대들에게 고급 숙소란 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요?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답을 찾지 못하면, 펜션 시장은 레드 오션에서 탈출할 출구를 찾기 힘들 겁니다. 펜션 사업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죠. 이미, 펜션은 단순한 숙박 시설 그 이상의 기능을 요구받은 지 오랍니다. 이제는 펜션을 유명한 관광지로 몰려가 편하게 고기를 굽고, 마음껏 술을 마시는 장소로 여기지 않습니다. 블랙핑크나 뉴진스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그런 식의 유흥은 달갑지 않죠. 오히려 그들만의 감성을 자극하는 장소를 찾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예약이 잘 되는 펜션은 물론이고, 앞으로 펜션 역시 시설 분명한 콘셉트로 만들어진 색다른 공간이 되어야 할 시기가 되었죠. 이걸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인스타그램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핫 플레이스를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저를 찾는 조용필이나 서태지 세대들은 여전히 경치 좋은 바닷가에 근사한 집을 짓는 게 최선이라고 여깁니다. 인스타그램 세대들을 납득시킬 방법 따윈 고사하고, 그저 자기 눈에 드는 건축 설계와 인테리어 디자인에만 매달리죠. 심지어, 어렵게 감성 숙소를 만들자고 설득했던 의뢰인조차 정작 문을 열기 전에 방마다 노래방 기계를 들이면 어떻게냐고 물어보시더군요. 과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이미 쳇지피티를 위시한 인공 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죠. 하지만, 아직은 그 어떤 AI도 소비자들의 태도나 바람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 미세한 감정의 차이를 한낱 인공지능 따위가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여러분이 이미 펜션을 운영하고 계신다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우리 펜션에 손님이 없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저 "우리는 펜션인데요?"라는 핑계로 객실 냉장고에 생수 한 병 놓아두지 않은 채 하염없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펜션 사업을 염두에 둔 분들도 마찬가집니다. 돈 놓고 돈 먹기식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업도 아니지만, 수많은 자영업과 비교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입과 경제적 자유를 노릴 수 있는 사업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인스타그램 세대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펜션을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 그리고, 앞으로 제가 들여드릴 내용의 대부분이 이런 배경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펜션 사업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 나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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